“한국선교는 미전도지역 주민들에게 복음과 한국을 알리는 선한 이웃의 역할을 할 것입니다. 전도가 목적이 아닌 이들이 필요한 것으로 예수님의 사랑을 전하는 데 주력할 것입니다.”
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 한정국(60) 사무총장은 현지인 관점에서 행동하는 것이 가장 적합한 선교모델이라며 현지인이 원하는 방법으로 이웃사랑을 전하는 모든 행동이 선교라 정의했다. 지난 3년간 한국교회 해외선교의 안살림을 도맡아온 그를 3일 서울 가산동 KWMA 사무실에서 만났다.
2012년은 한국선교사에 있어 기념비적인 한 해였다. 한국 개신교가 타 문화권에 선교사를 파송결의한 지 100주년을 맞았으며 파송 선교사가 전년 대비 1411명 늘어난 2만4742명으로 ‘해외 선교사 파송 세계 2위국’의 자리를 지켰다. K-팝을 필두로 전 세계를 강타한 한류 열풍은 선교사들에게 한국의 문화를 통해 현지인과 접촉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했다.
반면 이러한 외적 성장 뒤엔 어두운 면도 있었다. 선교 전략의 부재로 일부 국가나 도심지에 ‘선교사 쏠림 현상’이 나타났고 종종 현지인을 키우기보단 교회와 신학교 설립에 집중해 추후 선교지 교회의 자립이 어려워지는 문제도 발생했다.
그는 이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한국 선교계가 지난해를 ‘한국선교 질적 성장의 원년’으로 삼아 다양한 전략을 펴왔다고 설명했다.
“지난해에는 한국선교의 질적 성숙과 전략 설립을 위해 2030년까지 10만 선교사를 파송하자는 ‘타깃2030’을 실행했습니다. 좀 더 많은 선교사를 전방 지역에 보내고 현지 교회지도자와 타국 선교사와 협력하는 일도 진행했고요. 3년 전부터는 한국선교평가원이 KWMA에 소속된 250여개의 교단 및 선교단체의 성과를 평가해 부실 선교단체엔 시정조치를 권하고 있습니다. 또 교회개척 신학교 설립 비정부기구(NGO) 활동을 기반으로 한 ‘한국형 선교모델’을 전하는 한편 현지에 맞는 선교 전략도 함께 개발 중입니다”
이처럼 한 사무총장이 한국선교의 질적 성장을 강조하는 이유는 세계선교의 흐름에 발맞추기 위해서다. 그는 세계선교의 흐름이 서구에서 이머징 국가 주도로 바뀌었으며 모든 국가의 교회가 모든 지역에 선교를 하는 추세라 전했다.
“최근 선교계엔 언어와 문화에 따라 국가마다 역할 분담을 하는 게 유리하다는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가령 우리가 선교에 강점을 가진 국가는 우랄알타이어계 민족이라는 식이죠. 이러한 상황에 발맞춰 한국교회도 한국신학과 선교학을 정립하고 한국식 선교모델을 개발해 현지 선교와 세계교회에 기여할 계획입니다.”
한 사무총장은 올해 KWMA가 한국선교학 연구와 함께 한국교회의 고민을 나누고 기존 선교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일에 역점을 둘 것이라 말했다.
“한국교회가 계속 침체되면서 선교계가 희망의 불빛이 될 수 없을까 많은 이들이 고민했습니다. 그 결과 안식년을 ‘본국사역’이란 용어로 바꿔 선교사가 국내 교회사역을 돕기로 했습니다. 선교사 목회 감각도 살리고 지역교회를 돕자는 취지에서지요. 피스메이커의 역할도 담당키로 했습니다. 올해 세계교회협의회(WCC)대회는 기독교진보세계대회로 2014년 세계복음주의연맹(WEA)은 복음주의세계대회로 규정해 새의 양 날개처럼 교계가 함께 동역하는 대회가 되도록 중재코자 합니다.”
이어 그는 이란과 같이 선교가 어려운 지역에서는 선교사 자격이 아닌 ‘글로벌 크리스천’을 보내고 선교사 은퇴제도를 없애는 캠페인을 벌일 것이라는 다소 파격적인 계획도 밝혔다. 한국교회에 부담을 줄이면서 지속적인 선교를 하기 위해서다.
“2006년 한국선교지도자들이 선교사가 은퇴 없이 사역하다 현지에 묻히고 죽어서도 현지인에게 장기를 기증키로 압도적으로 합의했습니다. 이를 위해 선교사묘지와 장기기증본부도 만들기로 했고요. 지금까지 그래왔듯 한국선교는 교회와 함께 선교지가 변화되는 그날까지 끊임없이 주님을 위해 일할 것입니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2013.01.08 18:13